인공수정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그밖에 과배란이 필요한 경우와 임신율, 주의사항, 남성의 금욕기간 등 여러 측면에서 인공 수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들어가기 앞서
지난 글에서는 인공수정의 원리와 방법, 시술 과정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수정을 받으실 예비 부모가 궁금할 만한 내용을 추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인공수정의 시작시기, 인공수정은 한 주기에 몇 번이 적절한지, 인공수정은 연속으로 몇 번까지 시도하는 게 좋은지, 인공수정의 임신율은 어느 정도인지, 정자의 질을 높이기 위한 남성의 금욕 기간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공수정의 시작시기
인공수정은 어떤 경우에 필요하고,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인공수정은 자연 임신이 어려운 경우에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주입해주는 방법으로 임신을 도와주는 시술입니다. 인공수정을 시작하는 시기는 난임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릅니다.
- 원인 불명의 난임으로 진단된 경우: 1년 이상 임신 시도를 해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
- 정액검사와 이상 소견의 확인, 사정 장애 등의 이유: 정자의 수나 운동성이 낮거나, 사정이 어려운 경우
-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된 경우: 자궁내막증 치료 후 6개월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을 때
- 자궁경부의 유착이나 협착 등의 이유: 자궁경부가 막혀 있거나 좁아서 정자가 통과하기 어려운 경우
난임의 원인 중에서 남성 요인으로 인한 인공수정은 정액검사 결과에 따라 시술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액검사 결과가 약간 나쁘다고 해서 인공수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의견도 있고, 인공수정을 하면 시험관과 비슷한 성공률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때는 여성의 나이나 난임 기간 등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인공수정을 시작하는 시기는 의사마다 해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병원마다 다른 시점에 인공수정을 권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상태와 담당 의사의 의견을 잘 듣고, 적절한 시기에 시술을 받는 것입니다.
인공수정 시 과배란이 필요한 경우
인공수정을 할 때는 여러 개의 난자를 키워서 임신율을 높이는 과배란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과배란은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자라게 하여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과배란을 하면 임신율이 얼마나 증가할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개의 난자보다 두 개의 난자가 자랄 때는 약 5% 정도, 세 개 이상의 난자가 자랄 때는 약 8% 정도 임신율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특히 원인 불명의 난임이면 자연주기로 인공수정을 해도 임신율이 거의 없는 반면, 과배란을 하면 임신율이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 불명의 난임이라면 과배란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배란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과배란을 하면 다태아 임신이나 난소 과자극 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태아 임신은 모체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복부팽만,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배란을 하기 전에는 충분히 상담하고, 본인의 상태와 위험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 주기에 적절한 횟수
인공수정을 할 때는 한 주기에 몇 번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한 번만 해도 충분할까요? 아니면 두 번을 해야 임신율이 높아질까요? 이에 관한 연구는 여러 번 있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한 주기에 두 번의 인공수정을 하는 것이 임신율을 높인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환자 선정이나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한 주기에 한 번이나 두 번이나 인공수정을 해도 임신율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수정 아기의 건강
인공수정으로 출산하면 아기의 건강이 자연임신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공수정은 자연임신이 어려운 경우에 도움을 받는 방법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약물이나 시술 자체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들은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해서 신체적인 발육이나 지능, 심리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는 자연임신의 아기보다 상대적으로 다태아가 되거나 조산의 위험이 커서, 그 때문인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수는 있습니다.
인공수정과 프로게스테론
인공수정을 하면 임신유지를 위해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보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들어 배아의 착상을 돕고, 자궁의 수축을 억제하여 유산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인공수정에서는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질정이나 주사 등의 방법으로 보충해주는 것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공수정에서는 배란유도제를 사용하여 여러 개의 난포를 자라게 합니다. 이때 난포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뇌하수체의 활동을 억제하고, 황체기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를 방해합니다.
- 시험관 시술에서는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바늘로 난포를 뚫어서 내용물을 빨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황체를 형성하는 세포들도 같이 제거되어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수정 후에는 프로게스테론 질정이나 주사를 통해 프로게스테론의 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임신율과 출산율을 높이고, 조산이나 유산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후 프로게스테론에 관한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공수정의 임신율
인공수정의 임신율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나이, 난임 기간, 난포 자극 방법, 정자의 상태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주사 없이 배란 유도제만 복용하여 인공수정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35세 미만은 약 12%, 35~47세는 9.2%, 38~40세는 7.3%, 40세 이상은 1~4% 정도의 성공률을 보입니다. 추가로 주사를 같이 사용하면 5~10% 정도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인공수정을 몇 번 연속으로 시도하면 임신율이 가장 높아질까요? 세계적으로는 3~6번 정도가 일반적인 횟수입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에서 인공수정의 보험 혜택 횟수를 5번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5번까지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6번까지도 시도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6번의 인공수정이 원인 불명이나 남성 요인이 약한 난임 부부에서 체외수정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인공수정을 3번까지는 임신율이 계속 증가하는 반면, 4번째부터는 성공 확률의 증가가 느려지고 비용 대비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보여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의 1회당 임신율은 10~15% 정도이고, 3~4회 시도하면 30~40% 정도의 누적 임신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6회 이상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3~4회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시험관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수정 후 주의사항
인공수정을 받은 후에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까요? 인공수정 후에는 부부 관계를 자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과배란 유도로 인공수정을 했다면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시술 다음 날에도 부부 관계를 권장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임신율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에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인공수정 당일에 시술 후에 서거나 걷는다고 해서 정액이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공수정 이후로는 자연임신과 마찬가지로 임신 과정이 진행되므로 일상생활을 하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술 직후에 몸을 탕 안에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연구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시술 직후에 질 내로 물이 들어가거나 수영장의 화학물질들이 침투하는 것은 임신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연구결과가 없어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자의 질을 높이기 위한 남성의 금욕 기간
인공수정을 할 때는 정자의 질이 임신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자의 질이란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 등을 말하는데요. 이들이 어느 정도여야 인공수정이 잘 될까요? 아직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처리 후 운동성을 가진 전체 정자수가 100만 미만인 경우나 기형 정자율이 4% 이하인 경우는 임신율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반면에 처리 후 전체 정자수가 최소 80만에서 최대 500만까지는 임신율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정자의 숫자에 너무 집착하실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가능하면 좋은 정자를 원하실 겁니다. 이를 위해 남편은 며칠 동안 금욕해야 할까요? 정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은 세계보건기구가 2010년에 발표한 것으로, 2~7일의 금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인공수정에 특별한 금욕 기간은 없어서 이 기준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첫 번째 사정 이후 40분 후에 두 번째 사정한 정자의 운동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금욕 기간이 2일 이하일 때 정자의 형태도 더 좋게 나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활성산소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정자가 활성산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정자의 운동성과 형태가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은 여러 연구와 문헌에서 한결같이 나타나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정자를 채취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정자의 질은 좋아지지만 양이 적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인공수정에서는 정자를 직접 주입해주므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남편에게는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심하면 정자 채취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짧은 금욕 기간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정자의 양과 질을 고려하면 인공수정 2~3일 전에 부부 관계를 하고, 금욕 기간이 7일 이내인 상태에서 정자를 채취하여 시술하는 것이 적절한 금욕 기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이번 글에서는 인공수정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여러분의 임신 계획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며 인공수정이 여러분에게 적합한 방법인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공수정은 모든 난임 부부에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난임 원인과 상황에 따라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는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새롭게 만들어주는 축복입니다. 여러분의 삶에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줄 아기를 꼭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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