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상 시기에 부부 관계를 하면 임신에 영향을 줄까요?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고 그 반대의 주장도 있습니다. 각각의 근거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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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앞서
자연 임신을 원하시는 분 중에는 이런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착상 시기에 부부 관계를 하면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착상 시기에 성관계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사실과 연구 결과, 그리고 흔히 퍼져 있는 오해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착상 시기 성관계, 하면 안 된다.
착상 시기에 성관계를 하는 것이 임신 성공에 좋지 않다는 주장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착상 시기에 부부 관계를 하면 정액이 착상을 방해하거나 자궁 수축을 일으켜 임신 성공률을 낮춘다고 들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한 논문은 여성들의 월경주기를 분석해 착상 시기의 성관계와 임신 성공률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착상 가능 시기 동안 2일 이상 성관계를 한 부부는 성관계하지 않은 부부보다 임신율이 38%나 낮았습니다. 이들은 착상 시기에 성관계를 하면 임신 성공에 매우 불리하며, 임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인으로 임신 성공률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질 내나 자궁 입구의 반복적인 물리적 자극이 여성의 오르가즘 여부와 상관없이 자궁 수축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자궁 수축은 착상을 시도하는 배아에 장애가 되고 임신 성공률을 낮추는 주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성관계로 인한 자궁 수축이 착상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입니다.
둘째, 정액에 포함된 IL-8, CXCL12, CCL2, TGF-beta 등의 물질들이 모체의 면역 반응을 촉진하여 배아 주변에서 세포독성 물질들의 증가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배아에 독성을 나타내어 착상을 어렵게 하며, 결국 임신 성공률을 저하시킨다는 가설입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내용은 일리가 있기는 합니다. 강한 자궁 수축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착상하려는 배아에 유리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며 염증 반응 역시 세포독성으로 배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연구의 결론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이 연구에서 사용한 자료는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아니라 전화나 메일 등의 설문으로 수집한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응답자의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연구에서는 배란일을 피검사나 초음파 등의 방법으로 확인하지 않고 대략적인 주기에 따라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성관계가 착상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셋째, 이 연구에서는 설문에 참여한 부부들이 콘돔 등의 피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피임을 한 사람들의 자료가 섞였다면, 이 데이터 분석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이 연구에서는 정액에 있는 염증 유발 물질들이 자궁 내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배아의 착상을 방해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정액이 질에만 닿아도 배아에 독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이 연구에서 관찰한 현상은 동물 모델에서 나타난 적이 있지만, 인간에게서도 같게 발현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실제로 저자들은 이 연구를 근거로 성관계 패턴을 바꾸라고 권고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는 게 좋다.
다른 연구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연구는 20년 전에 발표되었으며, 신선한 배아나 냉동 배아를 이식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습니다. 배아 이식을 받은 여성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배아 이식 후 성관계를 하고, 다른 그룹은 금욕을 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두 그룹 간에 임신율에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성관계를 한 그룹에서 6~8주 사이의 태아 생존율이 더 높았습니다.
저자들은 성관계 때문에 정액에 노출된 것이 임신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액에 있는 염증 유발 물질들이 모체의 면역 반응을 촉진했다고 추측했습니다. 이 연구는 임신 중 성관계가 임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hCG는 임신 초기 태반이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임신 검사에서 검출할 수 있습니다. 이 호르몬은 정액에도 존재하며, 성관계로 인해 자궁 내막에 흡수됩니다. 이 과정에서 hCG는 모체의 면역 체계가 태반과 배아를 낯선 것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즉, 정액은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도 한계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연구에서는 배아 이식 후 얼마나 자주 성관계를 했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성관계를 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성관계를 한 그룹에서 태아 생존율이 왜 높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만으로는 성관계가 임신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상관 없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가임기에 임신 시도를 한 여성들의 착상 시기의 성관계에 대해서 분석한 결과, 착상 시기에 성관계를 한 경우와 안 한 경우의 임신율에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나이, 인종, 배란 주기, 이전 임신 경험, 체질량지수 등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후에도 임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착상 시기 성관계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난임 여성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착상 시기 성관계, 결론
위에서 살펴보듯이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러 연구와 의견이 있습니다.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임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근거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들도 모두 확실하고 객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임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다른 원인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임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관계는 임신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부의 애정과 유대를 표현하고 강화하는 행위입니다. 임신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부부들은 성관계에 대해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성관계의 질과 빈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적극적이고 즐거운 성관계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착상 시기의 성관계에 대해 너무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면서
지금까지 착상 시기의 성관계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이것들이 절대적인 사실이나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착상 시기의 성관계에 대해 너무 어려워하지 마시고, 자신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치료와 방법을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고 따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임신과 출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행복한 임신이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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